💌여신레터 47. 라오스로 간 ‘n번방’

라오스에서 목격한 ‘한국형 성매매’와 부활하는 여가부

2025. 8. 22.

💌

“n번방은 어디에나 있다(nthroom be everywhere).”

2020년 한 중국 누리꾼이 SNS에 남긴 메시지를 기억합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 국제적 이슈로 번졌던 해였습니다. 아시아 곳곳에서 비슷한 폭로가 쏟아졌습니다. 여성을 불법촬영하고, 성적으로 학대하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거대한 네트워크는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 인도, 싱가포르에도 퍼져 있었습니다.

5년이 지나도록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성착취 네트워크는 여름휴가객들로 북적이는 라오스 비엔티안에도 퍼져 나가는 중입니다. 그것도 ‘한국인의 얼굴’을 한 성착취 네트워크입니다. 여성신문이 탁틴내일과 확인해 봤더니, 한국인이 직접 투자하거나 현지인과 함께 운영하는 ‘한국계’ 성매매 업소만 최소 14곳. 평범해 보이는 한식당, 노래방, 마사지숍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성매매 알선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그 뒤에 30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성매매 후기 사이트와 체계적인 디지털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성신문 단독 보도로 전해드립니다.

‘n번방’과 라오스로 간 ‘K성매매’ 업소들. 플랫폼만 다르지 너무나 비슷합니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여성을 ‘선택’하던 시스템이 라오스 업소에서는 “사장님, 아가씨 고르고 올라가세요”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후기 작성, 평점 시스템, 회원 등급제 등 ‘n번방’ 운영 노하우도 그대로. “나이 언급 금지” 같은 우회 표현으로 법적 처벌을 회피하는 수법도 똑같습니다.

왜 라오스일까요. 단속이 허술하고 뇌물로 해결 가능하며, 언어 장벽으로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환경. ‘관광지’로 포장하면 평범한 여행처럼 보이죠.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을 이용한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라오스로 간 K성매매를 보며 다시 ‘n번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성착취 수출국’ 오명을 막으려면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마침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되지요. 18개월간 공석이었던 여성가족부에 원민경 변호사가 새 장관으로 내정되며 ‘여가부 부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다시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세아 기자)

🤬 [단독] 라오스에 한국계 성매매 업소 최소 14곳

여성신문과 탁틴내일의 공동 취재 결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한국인이 직접 투자하거나 현지인과 동업해 운영하는 ‘한국계’ 성매매 업소가 최소 14곳 확인됐습니다. 이들 업소는 겉으로는 한식당, KTV(한국식 노래방), 마사지숍으로 위장하고 있었습니다.

‘총라오’라는 은어로 불리는 이 업소들에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PR걸‘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8월 초 취재진이 방문한 한 업소에서는 40대 한국 남성 4명이 손가락으로 여성들을 지명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도우미 항시 대기’ 간판부터 1차(술, 노래)와 2차(성매매)가 결합된 운영 형태, ‘초이스’ 문화까지 한국 성매매 업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여성이 성구매자의 사인이 담긴 메모지를 받아와야 포주가 돈을 주는, 한국식 확인 절차도요.

“성구매자 80% 한국 남성. 16세 여아도 있다”

라오스로 간 한국형 성매매 현장은 인신매매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가라오케에서 만난 22세 여성은 “손님 중 열에 여덟은 한국 남성”, “16~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일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라오스 현지 NGO 활동가는 “성매매 산업이 라오스 내 인신매매를 키웠다. 한국인도 그 공범 중 하나다”라고.

라오스와 한국 모두 성매매는 불법입니다. 한국인이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되면 외국에서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은 “최근 수년간 성매매로 단속된 우리 국민에 대한 라오스 공안당국의 통지는 접수된 바 없다”고 합니다. 현지 교민들은 “경찰에 돈을 주면 다 풀려난다”고 말합니다.

‘한국형 성매매 구조’ 그대로 사업화

💬 “과거에도 한국인들이 성매매를 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체계적이진 않았다. 코로나 이후 유튜버들이 들어오고 나서 문화 자체가 바뀌었다.” (라오스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교민 최상목(가명)씨)

💬 “한국 성매매 업소의 구조와 특성을 그대로 라오스에 옮겨와 운영하고 있다.” (신그리나 젠더교육연구소 이제IGE 연구원)

성매매 후기 사이트, 유튜브 채널, 오픈채팅방과 텔레그램이 상호 연계돼 ‘입수-예약-방문’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준OO’, ‘홍OOO’, ‘무O OOO’ 등 유튜브 채널에선 “어리고 순진하다”, “라오스 여자들은 남자 나이 차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으로 왜곡된 이미지를 반복 전파하며 성구매자들을 끌어들이는 관문 역할을 했습니다.

2023년을 기점으로 라오스만 단독으로 다루는 성매매 후기 사이트가 등장했고, 이 중 하나는 조회수가 3천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회원들이 활동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사이트 구조도 실시간 정보 공유를 부추겼습니다. 이렇게 성구매 정보를 아무런 제약 없이 공유하는 문화부터 근절해야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사진 ⓒ신다인 기자·손상민 사진기자, 심숙연 디자이너

‘멸종위기 한국’, 남자가 낳아야 산다

“몇 년 전부터 정치인들과 정부가 ‘임신 출산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이대로라면 한국인 멸종’-합계출산율 0.75(2024년)-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에 놀라서 지르는 비명에 가깝다. 오히려 지금의 낮은 출생률은 그동안 임신 출산이 철저히 여성들만의 일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런데 만약 임신과 출산이 남성의 일이 된다면? 비유적인 수사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말이다.”

민지형 라우더북스 대표는 넷플릭스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유쾌하지만 뼈를 때리는 통찰이 담긴 리뷰입니다. 이 리뷰를 완성하는 댓글들도(일부러 네이버뉴스 링크를 걸었습니다) 한번 읽어 보셔요.

사진 ⓒ넷플릭스

💌

앞으로도 최신 젠더 이슈와 관련된 여성신문만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 생생한 소식을 바로 보고 싶다면 👉 홈페이지 바로가기

💞 여성신문에 힘이 되어주기 💪 여성신문 구독·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