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레터 31. 윤여정이 던진 용기 “나는 성소수자 부모입니다”

다양한 가족이 이루는 무지개 같은 세상에 남들보다 일찍 도착한 사람들

2025. 4. 25.

💌여신레터 v.030 사랑으로 키운 아들, 시민으로 키우는 데 실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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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얼마 전 배우 윤여정 씨가 용기 있는 고백을 했습니다. 자신이 출연한 할리우드 퀴어영화 ‘결혼 피로연’ 관련 외신 인터뷰에서 큰아들이 동성애자임을 알렸습니다. 국내 유명인이 자녀가 성소수자임을 공개적으로 알려 ‘커밍아웃’한 것은 처음입니다. 뉴욕에서 열린 아들의 결혼식에 가족 모두 참석했대요. “이젠 아들보다 사위를 더 사랑한다”는 너스레도 덧붙였죠.

윤여정 씨의 용기에 화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여신레터를 준비했습니다. 가족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답은 정해져 있다는 믿음은 옛말, 오늘날 아주 다양한 대답이 무지갯빛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 무지개를 이루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다른 사회에 도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일러스트 ⓒChatGPT

윤여정, 아들 커밍아웃 고백 “보수적 한국 마음 열었으면”

“제 큰아들이 2000년에 커밍아웃했다. 뉴욕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을 때 뉴욕에서 아들을 위한 결혼식을 열었다.”

세계적인 배우 윤여정(78)이 큰아들의 커밍아웃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국내 유명인이 자녀가 성소수자임을 공개적으로 알린 건 처음입니다. “한국이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사진 :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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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커플이 '결혼식' 열고 100명 앞에서 커밍아웃한 이유

여성신문이 그간 만난 조금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도 전합니다. 김라온 씨는 경기도에 살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2023년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하객 100여 명 앞에서 “가족과 친지들 앞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 남은 생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선언”했습니다.

결혼식 날, 라온 씨의 어머니가 딸 부부에게 쓴 편지가 감동적입니다. “아직 법적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둘 앞에 펼쳐진 길이 언제나 잘 포장된 도로는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라면 덜컹거리는 불편함마저 잠깐의 리듬이라 느끼며 씩씩하게 헤쳐나갈 거라 믿는다. 변화의 흐름은 너희들의 편이고 곧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흐름을 수용하게 될 거라고 확신해. 결국 세상은 옳은 방향으로 움직일 테니 그날이 올 때까지 엄마가 제일 앞줄에서 응원할게.”

사진 : 김라온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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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아내와 전 부치는 명절, 8년차 부부가 보여준 풍경

여성단체 활동가 손문숙 씨와 박지아 변호사는 8년차 부부입니다. 명절이면 함께 전을 부치고, 서로의 가족들과 여행을 다닙니다. “결혼 휴가를 받고 싶어” 함께한 지 5년 만인 2022년 결혼했습니다. 두 사람 직장의 공식 내규와 절차에 따라 2주간 인도네시아 발리로 신혼여행도 다녀왔답니다.

처음 생긴 ‘여자 사위’, 어떻게 부를까요? 문숙 씨 가족은 “지아 씨”라고 부릅니다. ‘아가씨’, ‘도련님’ 같은 호칭을 쓰지 않으니 그만큼 억압이나 불편한 일이 덜해서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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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 국내 첫 동성혼 헌법소원 청구

위에서 소개한 지아 씨와 문숙 씨는 지난해 2월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혼인평등 소송에도 참여했습니다. 국내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민법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건 처음입니다.

가족, 친구, 직장에서도 부부로 인정받는 두 사람이지만, 그것이 개인의 운에 따라 결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다른 성소수자들도 법적으로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혼인평등 시대가 열릴지, 사법부가 명백하게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이제 헌법재판소에 달려있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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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며느리’는 안 된다고? ‘각본’ 밖 가족을 상상하기

“‘도대체 며느리가 뭐길래 남자는 며느리 노릇을 할 수 없다는 걸까?’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 동성혼을 허용하면 가족이, 나라가 무너진다는 걸까.”

베스트셀러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이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가 우리 사회의 ‘가족제도’에 관한 생각을 나눴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가족’은 “서로 돌보는 생활공동체”입니다. “돌봄은 대부분 ‘부담’으로만 이야기 되지만 ‘권리’이기도 하다. 가족의 형식을 지키는 것보다 실제 돌봄 관계에 주목해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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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모는 자녀가 좋은 사람을 만나 함께 행복하길 바랍니다. 내 딸이 ‘여자 짝꿍’을 데려왔다고, 내 아들이 ‘남자 애인’을 소개한다고 그들의 행복이 덜 중요해질 수 없습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다고 가족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습니다. 사랑과 존중, 책임감이라는 가족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이미 전 세계 39개국에서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만, 태국, 네팔... 지난달 일본 고등법원도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 일본의 민법 및 호적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2월 성소수자들이 “동성혼은 인정하지 않는 현행 민법은 헌법상의 평등권과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요.

남녀가 만나 이룬 가족만 정상가족이라 부르던 시대로 우리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자신의 아들과 ‘남자 며느리’를 지지하는 윤여정 씨에게서, 여자와 결혼하는 딸을 응원하는 라온 씨의 어머니에게서, 우리 곁에 이미 당도한 미래를 봅니다. 큰 용기를 내지 않더라도 다양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앞당길 희망을 봅니다.

“변화의 흐름은 너희들의 편이고, 결국 세상은 옳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라온 씨 어머니의 말에 밑줄을 그어 봅니다. “단지 여자 둘이 결혼했을 뿐인데 기삿거리가 되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그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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