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이재명 후보가 발표한 10대 공약엔 ‘성평등’이란 표현은 없었습니다. 노동 공약에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소상공인 공약에 여성 소상공인 안전 강화를 담은 게 다였어요. 2022년 대선 때 ‘여성 안심 대통령’이 되겠다며 여성 공약을 따로 발표했던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비판이 일자 이 후보는 16일 뒤늦게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여성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래도 여성 유권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부끄러운 공약을 내놓은 후보들도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3년 전 윤석열처럼 ‘여가부 폐지’를 다시 약속했습니다. 같은 당 배현진 의원을 “미스 가락시장”이라 했다가 비판 받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여가부 폐지를 검토하고 있답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이 여가부를 ‘성평등부’로 격상 등 여성 정책을 핵심 의제로 내세웠습니다.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을 돌이켜 봅니다.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캐스팅 보터’로 꼽히던 20대 여성의 58%가 이재명 후보에게 몰렸습니다. 보수 후보들의 ‘안티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죠. 대선 이후엔 2030 여성의 민주당 ‘입당 러시’가 이어졌고요. 당 내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대선에서 ‘이대남’이 과대평가되고, ‘이대녀(20대 여성)’가 과소평가됐다. (민주당의) 성평등 가치나 젠더갈등 극복 전략이 실종했고 가치와 비전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당시 지지율을 보면 (이재명 후보가 젠더 이슈 입장을 내도) 변동이 없고, 젠더 관련 공약을 발표해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대남’이 (민주당을) 대체제로 선택할 수 없는 경로를 보이는데 1월 중순까지 계속 이대남에 호소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적절한 답을 찾지 못했다.

반면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박지현 공동선대위원장 영입과 윤석열 당시 후보의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 발언 이후 (민주당에 대한) 뚜렷한 반응이 있었고 젊은 여성 지지율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차별과 혐오가 만연했던 대선 기간 2030 여성들은 결집된 투표로 연대가 혐오를 이긴다는 것을 증명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 2022년 8월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

사진 ⓒ연합뉴스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젠더 갈라치기’ 전략이 틀렸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20~50대 여성 유권자를 통틀어 윤석열 당선인이 이재명 후보에 뒤졌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여가부 폐지’ 등 반여성 공약으로 2030 남성 지지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2030 유권자층에서 윤 후보가 압승할 거라고 자신했는데, 완전히 뒤집힌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국민의힘 대선 전략이) 젠더 갈등 측면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을 해야 된다. 저희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가졌을 만한 어떤 소외감이라든지 어떤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 선거 후인 2022년 3월1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반성은 새로운 정치의 밑거름이 됐을까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을 보니 그렇지도 않습니다. ‘청년의 미래를 키우는 나라’를 강조하면서 임신부터 육아까지 지원 확대, 신혼·육아 부부 주거지원 확대, 신생아 특례대출, 결혼·자녀 유무에 따른 주택 공급 시기 조정 등을 약속했습니다. 우리 사회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한 고민이나 해소 의지를 담은 여성 정책이 아니라, 출산·육아 정책 위주입니다. 

여성희망복무제 도입으로 양성평등 군 복무 시스템 도입 공약도 제시했는데요. 군대 갈 사람이 점점 줄어들며 여성 군 복무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갈 길이 멉니다. 여성이 군에 가려면 군 조직부터 바꿔야 하니까요. 여성이 훈련받을 수 있는 시설과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하고, 사회적 합의도 필요합니다. 예산도 많이 필요합니다. 국방부, 병무청 등 주무부처는 여성 징집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 공약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아직 나와 있지 않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손상민 사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