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권영국 후보에게 질문하면서 갑자기 여성 신체에 대한 구체적 폭력 행위를 생생히 묘사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이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댓글을 언급한 거라는데, 청중을 성폭력 피해 상황에 노출시킬 뿐 아니라 유사한 피해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 이준석의 혐오정치, 바닥 드러내다

파장이 커지자 이준석 후보는 발언 출처가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라고 밝혔습니다.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사실 여부가 검증되지도 않은 내용을 대선 토론회장에 가져온 겁니다.

이 후보가 자신의 지지 기반인 20~30대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안티 페미니즘 성향의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에 과도하게 의존해 정치를 펼쳐 왔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실제로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이 후보는) 진실을 알린 것”,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며 그의 발언을 두둔하는 이들이 나타났고요.

이 후보의 여성혐오 공세, 알고 보면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여가부 폐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죠. 2021년엔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이 분명히 있다”고 했습니다. 이 발언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책자에서 혐오표현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어요. 2024년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했고, 2023년 한 게임 영상 속 손가락 모양을 두고는 “볼 것도 없이 메갈 손가락”이라며 음모론을 키웠어요.

“이제 학교에서 누군가는 낄낄거리며 그 발언을 따라하겠죠. 그 발언을 지적하면, ‘이준석도 했는데요’라며 더 당당하게, 뻔뻔하게 폭력이 퍼져나갈 지 모릅니다. (...) 평생 ‘어그로’만 끌며 살아온 이준석, 압도적으로 유해한 이준석, 이제 끌어내려야합니다. 대선 후보로도, 정치인으로도, 우리 동료 시민으로서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한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활동가, 28일 기자회견)

사과는 했는데

이 후보는 후보자 가족 검증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발언 후 페이스북에 “대선후보의 성범죄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을 묻는 것이 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썼죠.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당하자 “고소·고발에 대해 무고로 맞대응하겠다”고 썼고요. 이튿날 기자회견에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제가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느냐”고 발끈했습니다.

파장이 가라앉지 않자 30일 오후 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국회의원직 제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이재명 독재의 서곡과 같다”, “이재명은 정권을 잡기도 전에 저를 죽이려는 것 같다”, “저는 분연히 맞서 싸우겠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발언에 대한 분명하고 책임 있는 사과는 없었습니다. 여성 유권자를 대변할 대선 후보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토론 직후부터 28일 오전 10시까지 20개 주요 언론사 네이버 보도를 분석한 결과,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MBC, JTBC 등 6개 언론사만 성폭력 발언으로 명확히 비판하며 사안의 본질을 직시했습니다. 나머지 언론은 이준석의 얼토당토않은 해명을 그대로 전하거나, 정치공방으로 몰아가며 시민사회 목소리를 배제하는 등 심각성을 희석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방송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언론의 대응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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