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레터 37. 이재명 정부가 ‘여성’에 진심이어야 할 이유, 여성리더들이 말하다

‘모두의 대통령’ 외친 이재명 정부, 성평등 정책으로 답해야

202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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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파면된 지 약 두 달이 지나,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고 인정한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취임했습니다. 역대 최다 득표(1728만표, 49.42%)로 당선된 새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여성들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대선 과정에서 성평등 의제는 뒷전이었고, 여성은 배우자 혹은 다른 후보를 공격하는 도구로만 등장했습니다.

여성신문은 한국 사회 여성 리더들에게 새 정부를 향한 바람을 물었습니다. 여성가족부 기능 회복과 강화, 안전한 임신중지권 보장, 비동의강간죄 제정, 정치영역의 남녀동수 보장 등이 주요 과제로 꼽혔습니다. 성평등 정책 추진 체계 강화, 젠더폭력 근절, 성평등노동 보장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123일간 광장에서 터져 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드시 반영하는 정부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혐오로 파괴하는 정치와 결별하자”

“비상계엄 이후 6개월의 시간은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정치를 남성의 장으로 만들려는 현실을 ‘압도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라영 문화평론가는 날카로운 진단을 내놨습니다. 광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여성들이 현실 정치에선 지워졌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2030 남성들의 이준석 지지 현상에 대해 “‘일베’로 상징되는 남성 커뮤니티의 제도정치화”라고 분석했습니다. “공론장을 언어성폭력의 장으로 만들어버린 사건은 오랜 세월 축적된 혐오의 토양에서 만개한 결과”라며, “관습으로 구성된 남성됨과 결별하는 정치”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성문제’ 넘어서는 성평등 정책 원한다”

“성평등 정책은 국가 전체의 정책 비전을 짜는 일이지, 특정 부서의 업무나, 특정 정체성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다.”

권명아 동아대 교수는 성평등 정책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모든 정책의 기조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만 공표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 이렇게 법적·제도적 절차를 무시한 반페미니즘적 통치가 결국 계엄으로 이어졌다고도 분석했습니다.

“이 사태에 윤석열 정부의 반페미니즘 차별선동에 기반한 ‘통치’의 성격과 계엄을 통한 내란 행위의 모든 문제가 집약돼 있다. 이를 확인하는 것이 새 정부가 극우 내란 세력과 결별하고 새로운 정치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각계여성 리더들의 정책 제언도 쏟아졌습니다. 여성가족부 확대·강화를 비롯한 성평등 정책 강화, 공공·민간 부문 전반에서 여성 리더십 확대, 성평등 지표 공시 의무화 등 구조적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여가부 확대·강화부터 시작하자”

성평등정책 토대부터 다지자

“성평등을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로 천명하고 여성가족부 확대·강화, 동수 내각 등 의사결정구조의 성별 균형 등 성평등정책을 실현할 토대를 튼튼히 세워야.”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하여 성평등 정책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와 젠더폭력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산과 제도 확대도.”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

“차별받아도 되는 존재는 없다”

사회 곳곳 스며든 차별과 혐오에 맞서야

“정치적 신념이 다른 가족과 친구와 이웃은 단절했고, 분열이 극단적으로 일상속에 파고들었다. 차별받아도 되는 존재는 없다. 혐오는 하는 자의 문제이자 책임이어야 한다.” (최진협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성평등 정책 강화하라

“성평등 정책은 지난 정부와 새로 시작될 정부를 구별하는 부인할 수 없는 지표가 되었다. 새 정부가 이를 나침반 삼아 국정을 운영해야.”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임신중지·강간죄 개정, 당장 사람의 삶이 달린 문제

“여성과 소수자를 ‘갈등’, ‘논란’ 대상으로 만들고, 도마에 올려 불편한 문제로 만든 후 배제하는 정치 안 돼. 임신중지, 강간죄 개정, 친밀한 관계 폭력대응, 차별금지 정책은 논란’도 ‘갈등’도 아닌 죽고 사는 문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민주당이 여성단체들의 젠더 정책 과제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며) 그간 광장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했던 것을 통렬히 반성하고 앞으로는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사진 ⓒ손상민 사진기자

성평등노동 없이 진짜 대한민국 없다

“여성노동자들은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은 윤석열 정부에서 더욱 심각해졌고, 일터는 페미니즘 사상검증으로 여성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성평등과 민주주의는 동전의 양면.”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성착취 없는 세상으로

“성착취 없는 새로운 세상을 여성 시민들과 함께 써내려 가길 간절히 바란다. 여성을 거래하거나 착취하는 관행과 제도를 근절하라.”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남녀동수 민주주의

“여성은 단순히 인구의 절반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함께 이끌어갈 절반의 주권자. 헌법과 정치 관계법 개정을 통한 남녀동등 대표성 명문화가 필요하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여성 법조인들에게 더 공정한 기회를

“법조계에서도 고위직 여성 법관과 검사의 비율을 높이고 여성 법조인의 역량이 공정하게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대표)

여성 기업인 지원 강화 + 펨테크 키우기

“전체 기업의 40% 넘는 여성기업, 국가 경제 핵심 자산으로 인식해야...펨테크 산업을 여성 특화 산업으로 전략적으로 육성하자.”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기울어진 과학기술계 여성들에 더 많은 기회를

“여성과학기술인, 단순한 ‘소수자’가 아니라 미래 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재...여성과학기술인의 성장과 참여는 곧 대한민국의 혁신 역량을 의미한다.” (권오남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영화산업과 여성 영화인 지원을

“영화산업에서 여성의 자리는 늘 뒤에 있었다. 새 정부가 영화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여성 영화인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길 기대한다.” (김선아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사진 ⓒ전국여성노동조합

청소노동자들 손 잡은 이재명 대통령, 더 많은 여성들의 손 잡기를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선서 직후 국회 청소 노동자들부터 찾아갔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인사했죠. 대통령실은 “2023년 (민주당 당 대표로) 단식 기간 내내 여러모로 도움을 주셨던 당 대표실 담당 미화원 최성자님”에 대한 감사를 언급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 국회 노동자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삶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대통령 가족들은 경북 안동에서 경기 성남으로 올라와 어렵게 살며 청소일로 생계를 꾸렸습니다. 대통령의 여동생이 청소 노동을 하다 과로로 2014년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했죠. 경기도지사 시절엔 경비·청소노동자의 온전한 휴식을 위한 건축법 개정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이제 더 많은 여성들과 소수자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사진 ⓒ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