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레터 43. 한국과 프랑스의 두 ‘여성 영웅’

‘남성 중심’ 안보 부처에 여성 리더 🙌 여가부 장관 ‘인사 참사’

2025.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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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과 프랑스엔 두 ‘여성 영웅’이 있습니다. 모두 70대이고 성폭력 피해생존자입니다. ‘56년 만의 미투’를 외친 최말자씨, 집단 성폭력 가담자 50여 명을 공개재판에 세운 프랑스의 지젤 펠리코. 이번 뉴스레터에선 ‘피해자다움’ 통념을 깨고 용감하게 목소리를 낸 여성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16개월간 공석이었던 여성가족부 장관 인선 논의도 뜨겁죠. 성평등 정책에 대한 소극적 태도, ‘갑질’ 의혹에 휩싸인 강선우 후보자 사퇴 여론이 커져만 가는데요. 여성들은 이재명 정부에 성평등 정책 수장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자격을 묻고 있습니다. ‘남성 중심’ 안보 부처에 여성 리더들이 발탁되며 불어오는 새 바람도 전합니다.

“수치심은 가해자들의 몫” 집단성폭력 생존자, 프랑스 최고훈장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 50명을 법정에 세운 프랑스 여성 지젤 펠리코(72)가 프랑스 최고 영예 훈장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등급을 받았습니다.

지젤의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는 2011년부터 약 10년간 지젤에게 약물을 먹여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인터넷에서 모집한 남성들을 불러들여 성폭행하게 했어요.

통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신원은 비공개되지만, 지젤은 당당하게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고 공개 재판을 요청해 ‘용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프랑스 전역에서 지젤 지지 시위가 열렸고, AFP통신은 “성폭력 생존자가 페미니스트 영웅이 됐다”고 보도했죠.

“용기가 아닌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와 결단이다. 모든 피해 여성이 ‘펠리코도 해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를 원한다. 수치심은 가해자들의 몫이다.”

이 사건은 프랑스 ‘비동의 강간죄’ 논의에도 불을 붙였어요. 지난 4월 형법상 ‘강간’의 정의에 ‘비동의’를 명시한 형법 개정안이 프랑스 하원을 통과했죠. 지젤은 현재 회고록을 집필 중이며, 2026년 1월 출간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성폭력 저항하다 옥살이’ 최말자, 61년 만에 재심 열린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선 성폭력 가해자에게 저항하다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말자씨에게 다시 법의 심판을 받을 기회가 열렸습니다.

1964년, 만 18세였던 최씨는 성폭력을 시도하는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됐죠. 정당방위였지만 중상해죄로 6개월간 구속된 채 수사와 재판을 받았습니다. 2020년 여성단체의 도움으로 재심을 청구했어요.

작년 12월 대법원은 최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부산고법은 지난 2월 최씨 사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요.

오는 23일 열리는 공판기일엔 최씨가 참석해 최후 변론을 할 예정입니다. 이후 선고가 나올 예정인데,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60년 넘는 여정에 재판부가 화답하기를 기대합니다. 자세한 소식, 다시 전해드릴게요!

사진 ⓒ여성신문

새 여가부 수장이 여성 의제를 미룬다니요

16개월간 비어 있던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 어떤 리더에게 맡겨야 할까요? 적어도 차별금지법 제정, 비동의 강간죄 도입 등 핵심 성평등 의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미루는 태도를 보이는 리더는 곤란하지 않나요. 주요 여성 정책에 대한 소극적 태도, ‘갑질’ 의혹으로 여성계도 등을 돌린 강선우 후보자 이야기입니다.

‘보좌진 갑질’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했는데, “현관 앞에 (자기 집 쓰레기를 담은) 박스를 내놨으니 지역구 사무실 건물로 가져가 버리라”는 메시지가 공개되며 거짓임이 드러났어요.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서야 할 부처의 장관이, 기본적인 인격과 윤리의식 부족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요 여성 정책에 대한 소극적 입장입니다. 여가부 장관은 다른 정치인과 부처를 설득해 핵심 성평등 의제를 추진해야 하는 리더잖아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2026년까지 차별금지법·비동의 강간죄 추진 상황을 보고하라고 주문하기도 했어요. 여가부는 이 권고를 이행하고 보고해야 하는 주무부처고요.

그러나 강 후보자는 모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참여연대 등 여성·시민단체와 민주당보좌진협회까지 강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6월 10일 국무회의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남성들이 특정 영역에서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영역에 대한 논의를 공식적으로 어디에서도 안 하고 있다”며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시 남성 차별 부분을 연구하라고 지시했거든요.

사진 ⓒ손상민 사진기자

‘남성 중심’ 안보 부처에 여성 리더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주무 부처에서 실무 능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성장한 여성들이 리더로 발탁됐어요.

신임 병무청장인 홍소영(60) 대전충남지방병무청장은 1970년 병무청 개청 이래 55년 만에 첫 여성 청장. 병무청에서 주요 보직을 거치며 실무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국가보훈부에서도 강윤진(55) 보훈단체협력관이 차관에 임명됐습니다. 국가보훈처 시절 최초의 여성 서기관과 여성 국장에 올랐던 인물로, 역시 실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

사진 ⓒ대통령실

‘성평등 파리’로 가는 길, 첫 여성 시장 안 이달고의 10년

2014년 프랑스 파리의 첫 여성 시장으로 당선된 안 이달고(66). 10년간 파리를 성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든 리더로 평가받습니다.

스페인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14살 때 프랑스 국적을 얻은 이달고 시장. 파리 시청 관리직에 여성 69%가 임명돼 한쪽 성별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2020년 9만 유로의 벌금을 내게 되자 “벌금을 내게 돼 기쁘다”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성평등과 친환경의 가치를 전면에 내건 2024년 파리올림픽도 그의 정치적 유산 중 하나. 센강 수질 개선을 위해 14억 유로를 투입해 올림픽 경기를 치를 수 있게 했고, 첫 남녀 동수 올림픽을 실현했죠. 내년 퇴임을 앞둔 이달고 시장의 다음 여정이 기대됩니다.

사진 ⓒ연합뉴스

‘보따리 작가’ 김수자, 프랑스 문화훈장 ‘오피시에’

‘보따리 작가’로 불리는 현대미술가 김수자(68)가 지난 9일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았습니다. 2017년 슈발리에에 이어 두 번째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수훈이에요.

대구에서 태어난 작가는 1984년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인 에콜 드 보자르에서 석판화를 배운 것을 계기로 40년 넘게 프랑스에서 다양한 작품활동을 이어 왔습니다. ‘이동’과 ‘몸’을 주제로 작업을 선보여 왔고, 특히 가구와 헌 옷 등을 전통 보자기로 감싸는 ‘보따리 연작’으로 주목받았죠. 2024년 프랑스 파리 부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에서 한국인 최초로 카르트 블랑쉬 작가로 초대받아 대규모 개인전을 열기도 했어요.

사진 ⓒ김진솔/스튜디오 김수자 제공

신당역 스토킹 살인 빌미 준 서울교통공사도 배상해야

서울교통공사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부모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직위해제된 직원이 내부망을 통해 동료의 개인정보를 악용해 살인을 저지른 사건에서 사용자 책임이 인정된 겁니다.

가해자 전주환(34)은 2022년 9월 14일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 동기를 살해했어요. 전씨는 직장 동료인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불법촬영하다 고소당해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유족 측은 전씨가 스토킹 범죄로 직위해제되고도 서울교통공사 직원 신분을 유지하며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주소지와 근무 정보를 확인, 범행을 계획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어요.

배상액 규모는 피해자 부모에게 각각 500만원씩으로 유족들이 청구한 10억원대에 크게 못 미치지만,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관리 책임과 안전보호 의무 위반이 인정돼 유사 사건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연합뉴스

양육비 선지급제 이달부터 시행

이달부터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됐습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족에게 국가가 먼저 돈을 주고, 나중에 양육비를 안 낸 부모에게서 다시 받아내는 제도예요. 양육비를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 한부모가족 10명 중 8명이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가 나서서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양육비를 자발적으로 내도록 유도하는 인식 전환과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사진 ⓒ여성가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