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주변부 여성의 목소리를 전면으로

여성신문은 1988년 10월 28일 0호를 발행하고 그해 12월 2일 창간호를 냈습니다. 여성문학의 새 지평을 연 고정희 시인이 초대 편집주간을 맡았고, 그의 주도 아래 ‘또 하나의 문화’ 동인들이 참여했습니다. 강은교·김승희·박완서 등 여성 문인들의 작품이 지면을 채웠고요. 민주화운동이 급물살을 탔지만 여성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시대, 여성들이 스스로 언론을 조직하고 목소리를 높인 겁니다. 여성신문 창간 초기(1988~1989년) 기사 분석 연구를 수행한 여성신문 연구팀(김정은·윤조원·임진하·정고은·정혜진)의 분석입니다.

💬 “여성신문의 창간은 민주화운동에서 주변부로 취급돼 온 여성의 목소리를 전면화하는 것이었다. 여성신문이 가진 급진적 지향성은 엘리트 여성으로 한정되지 않고 하층계급 여성 노동자, 주부, 여대생 등을 아우르는 여성 주체의 삶과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노력에서 드러난다.” (정고은·정혜진 연구원) 

1989년 1월 10일자 여성신문은 ‘가족이 여자의 행복의 모든 것일 수는 없다’는 기획을 선보였습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문제 제기였죠.

43호에선 서울 대치동의 30대 주부가 책 외판원으로 일하다 영업 부진과 우울증 끝에 숨진 사건을 헤드라인으로 다뤘습니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출신 남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둔, 겉보기엔 안정된 중산층 여성이었죠. 여성신문은 그의 죽음을 고학력 여성의 자아실현 욕망과 사회 구조의 모순이 충돌한 결과로 해석했습니다.

또 ‘기획진단: 오늘의 여성농민’ 시리즈를 통해 농촌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농업생산자, 지역사회 활동가로서 삼중의 부담을 짊어진 현실도 조명했습니다. 

💬 “여성신문은 주부의 문제를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근대적 가족제도와 성별분업이라는 구조의 문제로 가시화했다. 주부 범주 내부의 계급적, 지역적 차이를 드러내고 여성 현실의 다층성을 포착하려 했다.” (김정은 연구원)

🏛️ “성평등 민주주의의 전사로 기억돼야”

연구진은 여성신문이 단순히 여성 문제를 다룬 것을 넘어, 민주주의 개념 자체를 확장하려 했다고 분석합니다. 창간 초기부터 ‘인간해방운동의 전제는 여성해방이고, 여성해방의 완성이 인간해방’이라는 ‘여성해방 민주주의’ 담론을 강조했죠.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것은 물론, <여성신문 상담실>,<어린이 성교실> 코너를 통해 새로운 성 지식을 생산하고 보급하는 데에도 앞장서는 등, ‘운동권’과 여성 대중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자 힘썼습니다. 

💬 “오늘날 광장 안팎에서 민주주의를 탈구축하는 여성과 소수자들의 ‘성평등 민주주의’ 주장의 전사로서 기억될 필요가 있다.” (정고은·정혜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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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여성신문, 손상민 사진기자
• 이번 ‘여신레터’는 여성신문 연구팀(김정은·윤조원·임진하·정고은·정혜진)이 지난 8개월간 수행한 여성신문 창간 초기(1988~1989년) 기사 분석 연구 등을 토대로, 김세원, 신다인 기자가 쓴 기사를 기초로 이세아 기자가 제작했습니다. 자세한 기사는 아래 링크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메일 발송이 온라인 기사 공개 시점보다 이를 수 있습니다만, 링크는 유효하니 조금 뒤 다시 접속하시면 됩니다.) 
• 왜 여성주의 언론인가…여성신문이 남긴 발자취 
• 80년대 ‘주부 문제’를 사회 의제로 끌어낸 여성신문
• “여성신문, 성평등 민주주의 전사로 기억돼야”
• 앞으로도 최신 젠더 이슈와 관련된 여성신문만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전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피드백을 기다립니다.